
1990년대 중후반까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가장 골치아퍼한 테러조직이 흑인이나 히스패닉 또는 무슬림 계통이 아닌 백인계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요즘은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지만, 미국에서 가장 결속력(結束力)이 강하고 지능적으로 치밀한 테러를 일으키던 범죄조직은 백인계로 이루어진 아일랜드 출신 갱조직이었습니다.
아일랜드 출신 갱조직이 이처럼 강한 결속력으로 뭉치게 된 배경에는 최근까지 이어져온 영국령 북아일랜드(얼스터:Ulster)와 아일랜드 사이의 분쟁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2005년 10월, 비로소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공식적으로 무장해제를 확인받은 이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갈등은 거의 수그러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아일랜드계와 아일랜드계 사람들 사이의 기억의 문제는 역사평가의 장으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분쟁사(紛爭史)에 대해 본격적인 평가를 하기 위한 문화-사회적 분위기가 먼저 조성되고 있는듯 합니다. 그런 분위기의 일환으로, 영국 영화계에서는 IRA(Irish Republican Army: 아일랜드 공화국군)이나 UVF(Ulster Volunteer Force:얼스터 의용군) 등의 무장투쟁의 역사를 회상하는 인생담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한편 소개하겠습니다. 영화 "쉰들러스 리스트 (Schindler's List)"에서 오스카 쉰들러 역을 맡았던 리암 니슨 주연의 "Five Minutes of Heaven"이라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1975년 2월 북아일랜드에서 시작됩니다.
17살의 젊은 UVF 단원인 알리스테어 리틀(리암 니슨)은 그릇된 민족의식과 영웅심리에 도취되어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인 지미 그리핀을 사살하기 위한 암살계획을 세웁니다. 알리스테어는 집에서 TV를 보며 한가로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미 그리핀을 찾아내고, 그의 어린 동생 조 그리핀(제임스 네스빗)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를 저격합니다.
그후 알리스테어는 체포되어 12년간 감옥생활을 하게 되고, 나중에야 비로소 그때 자신의 저격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그 어린 소년이 바로 지미 그리핀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는 세월이 지나 성숙해질수록 어린 조의 겁에 질린 두 눈동자를 잊지 못하고 죄책감에 괴로워하게 됩니다.
한편, 자기 형이 저격 당하는 모습을 목도(目睹)한 조 그리핀은, 형을 구하려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멀뚱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이유로 자신을 힐난(詰難)하시던 어머니의 책망의 눈빛을 평생 잊지 못하고 역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지 33년이 지난 현재, 어느 TV 프로그램 기획진이 "진실과 화해"라는 주제로 알리스테어와 조의 5분간의 만남을 계획하게 됩니다. 각종 전문가들에 의해 기획되고 진행되는 이 둘의 만남은, 불행히도, 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이 짧은 만남을 통해 지난 33년간의 원한을 되갚으려고 몸에 칼을 차고 있던 조가 문 앞에서 도망가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둘은 기획한 것이 아닌 진정한 "화해"의 방법을 찾게 됩니다.
"Truth and reconciliation!" 이 영화에서 수차례 반복되어 강조되는 대사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에서 강조하고 있는 "truth"의 진정한 의미는, 역사의 기억을 파헤치고 폭로하는 과거사 청산이 아니라 것입니다. 나 자신의 마음의 문제에 대하여 진실하게 용서를 구하고,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이 영화는 "truth"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5분간의 천국, 이것은 나 자신의 '쓴뿌리'를 발견하고 이 쓴뿌리를 뿌리째 뽑아내기 위한 단호한 결단을 내리는 그 순간을 묘사한 비유입니다.
마음의 문제, 오랜 쓴뿌리를 아직 품고있는 우리 모두에게 영화 "Five Mintues of Heaven"을 적극 추천합니다.
예고편: http://www.youtube.com/watch?v=uZOE7HgvI3c
(영화는 동네 비디오집이나 Red Box에서 빌리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