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2011

◈"하나님의 흔드심: 바르트의 성화론"

故 이정석 교수(1950~2011,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칼 바르트를 가리켜 ‘말씀의 신학자’라고 한다. 왜냐하면 그가 누구보다도 성경 말씀을 사랑하고 말씀에 능통하였을뿐 아니라 항상 말씀 앞에서는 자기를 낮추고 자기 논리와 자기 신학을 끝없이 수정한 신학자였기 때문이다. 그가 독일 대학에서 자유주의 신학을 배우고 신학을 우상시하였으나, 제네바와 사펠빌에서 목회를 하면서 신학을 설교한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이며 교인들에게 성령의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로부터 그는 변하기 시작하였고 놀라운 말씀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가 배운 신학을 철저히 부정하고 순수하게 말씀만을 주해한 그의 로마서 주석은 독일과 유럽 신학자들에게 폭탄과 같은 위력으로 충격을 주었고 결국 말씀을 떠난 신학을 몰락시키고 말씀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또한, 바르트의 신학을 가리켜 ‘변증법적 신학’이라고 부른다. 본래 변증법이란 헤겔이 주장한 정반합의 논리인데, 바르트의 변증법은 정과 반만 있고 합은 없는 것이다. 바르트는 성경을 깊이 연구하면서 성경은 결코 단순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책임을 발견하였다. 왜냐하면 성경에는 긍정과 부정, 모순과 역설, 다양한 측면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서 획일적이고 단순한 논리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말씀들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학자들은 성경의 일부 논리만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신학화함으로써 그것과 다른 성경구절을 의존하여 신학을 개발한 신학자들과 충돌하고 논쟁하고 분열하게 된다. 바르트는 그와 같은 신학 방법은 잘못되었다고 확신하고 성경의 일부가 아니라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변증법적 논리를 채택하였다. 그것은 서로 모순되는 것같은 것도 함께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나님에게서 하나의 진리가 인간에게 오면 둘 혹은 그 이상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성경 말씀은 우리의 단순한 논리에서 보면 모순되고 충돌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이 모순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존재와 인식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신이라는 구절이 있는가 하면 인간이라는 구절도 있고,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인간이 저술한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르트가 매우 반대한 것은 헤겔처럼 정과 반을 합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신이라는 것도 인간이라는 것도 혼합되지 말고 유지되어야 하며 결코 합하여 반신반인을 만들면 안 된다. 그래서 그는 합을 시도할 때 자유주의가 된다고 경고하였다. 성경 말씀은 영원히 있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바르트는 전통적 신학 방법론에 일대 혁명을 시도하였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학자들은 바르트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성경이 신학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신학이 성경을 위해 존재한다면, 성경의 모든 논리를 수용하는 신학만이 옳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바르트의 신학은 단순논리가 아니라서 그리 일목요연하지 않으며 논리적 일관성도 부족하다. 오히려 그는 성경 진리의 풍요성을 있는 그대로 살려내려고 하였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다. 더욱이, 그는 파란만장한 신학의 폭풍기에 활동하였기 때문에 성경 진리의 다양한 측면들이 거론되어 있다.

본서는 그런 바르트가 성화에 대해 논의한 그의 저술을 분석하여 소개한 책이다. 성화(聖化)란 거룩하게 만든다 혹은 거룩하게 된다는 뜻으로, 우리 그리스도인의 구원이 어떻게 자라나고 성숙해지고 완성되는가를 다루는 교리이다. 중생이나 칭의는 구원의 순간에 이루어져서 우리에게는 과거의 일인 반면, 성화는 우리가 일생동안 이루어나가는 구원의 과정이다. 따라서, 성화는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과제이면서 성령께서 우리 안에 이루어나가시는 구원의 실체를 감사하고 고백하는 은혜의 현장이다. 현대의 대표적인 신학자 바르트가 그의 일생에 걸쳐 삶으로 고백하는 성화론은 오늘날 세속화가 심각한 현대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성화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내가 이 글을 처음 쓴 것은 15년전의 일이다. 네델란드 자유대학교에서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것인데 이제야 한글로 번역하여 한국교계에 소개하게 되었다. 이 책은 바르트의 성화론이면서 동시에 바르트 입문서이기도 하다. 바르트 신학의 역사를 소개하고 바르트 신학의 전체적 조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바르트 신학에 대해 오해가 편만한 한국에 본서가 바르트의 진실을 보여주는데 기여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는 비판만 하고 무시하기에는 너무 위대하고 유용한 신학자이다. 그의 신학방법론만 올바로 이해하면 그의 진심과 겸손을 이해하고 그의 신학이 제공하는 풍요함과 다양성을 배움으로써 한국교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신학도뿐 아니라 현장 목회자들과 평신도들도 본서를 읽어보기 바란다. 그래서 본문은 최대한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많은 인용부호들을 제거하여 독서의 흐름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그리고 주석은 각주로 처리하여 학문적인 독자가 사용하도록 하였다. 원문은 J.S.Rhee, Secularization and Sanctification: A Study of Karl Barth’s Doctrine of Sanctification and Its Contextual Application to the Korean Church (Amsterdam: Free University Press, 1995) 제2장과 3장이며, 나의 웹사이트 http://www.jsrhee.com/
에서 볼 수 있다.

본서를 출판하면서 나의 지도교수였던 아드리아누스 반 에그몬트 교수님에게 다시한번 머리숙여 감사드리며, 기꺼이 출판을 담당해준 새물결 플러스 출판사와 김요한 목사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하나님의 흔드심: 칼 바르트의 성화론 서문, 2010년 9월초 출간, 새물결 출판사]

출처: http://www.jsrhee.com/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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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ewsnjo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821